감성을 자극하는 브랜드가 사랑받는 이유
매일같이 수많은 브랜드들이 탄생하지만 모든 브랜드가 기억에 남는 것은 아닙니다. 단순히 제품이 좋다고 해서 마음속에 오래 남지는 않지요. 오히려 어떤 브랜드는 그 이름만 들어도 기분이 좋아지고, 그 브랜드가 있는 공간에 가면 왠지 편안함을 느끼게 됩니다.
이처럼 브랜드가 우리의 감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그 이유는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 감성적인 연결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감성 마케팅은 바로 이 지점을 공략합니다.
오늘은 감성 마케팅 중에서도 ‘향기’에 주목해보고자 합니다. 후각은 다섯 감각 중 가장 본능적이고 감정적인 감각이며, 브랜드와 고객을 연결하는 매우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감성 마케팅이란 무엇인가요?
감성 마케팅(Emotional Marketing)은 말 그대로 소비자의 감정을 자극하는 마케팅 전략을 말합니다. 가격, 성능 같은 이성적인 요소보다, 브랜드와 제품이 불러일으키는 감정과 경험을 중심으로 고객과 소통합니다.
감성 마케팅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 브랜드에 감정적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
- 기억에 남는 경험을 제공할 것
- 고객의 감정과 일상 속 순간을 이해할 것
예를 들어 어떤 커피 브랜드가 “하루의 여유”라는 감성을 전달하고자 한다면, 그 브랜드의 로고, 인테리어, 음악, 그리고 ‘향기’까지 모두 이 감성을 표현하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이때 ‘후각’은 단순히 감정을 자극하는 감각 이상의 역할을 합니다. 잘 설계된 향은 브랜드 경험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요소로도 작용하지요. 공간에 들어섰을 때 나는 익숙한 향기는 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고, 고객이 그 브랜드를 더 신뢰하고 친밀하게 느끼도록 도와줍니다.
감성 마케팅은 단순한 감정 호소가 아닙니다. 브랜드와 고객 사이에 감정의 접점을 설계하고, 그것을 오감으로 구현해내는 전략입니다.
감성 마케팅 속 후각의 힘
우리는 종종, 어떤 향기를 맡고 나서 갑자기 과거의 기억이 떠오른 경험을 하곤 합니다. 어릴 적 외할머니 집의 이불 냄새, 첫사랑이 쓰던 향수의 잔향, 여행지에서 맡았던 꽃향기처럼요.
이처럼 후각은 기억과 감정에 매우 깊숙이 연결된 감각입니다. 그 이유는 후각이 우리의 뇌 중에서도 _감정을 관장하는 변연계(limbic system)_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시각이나 청각 정보가 대개 이성적 판단을 거쳐 처리되는 것과 달리, 향기는 중간 과정을 생략하고 곧바로 감정에 작용합니다.
또한, 인간은 생각보다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며, 많은 경우 감정에 의해 판단하고, 그 감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성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그의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Thinking, Fast and Slow)』에서 인간의 사고가 ‘빠른 사고(감성적 직관)’와 ‘느린 사고(이성적 분석)’로 나뉘며, 대부분의 판단과 결정이 빠른 사고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설명합니다.
즉, 소비자는 제품을 볼 때 기능적 평가보다는 그 제품이 주는 느낌, 분위기, 감정적 연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후각은 그 감정적 연결을 형성하는 데 있어 특히 강력한 감각이며, 무의식적이면서도 깊은 인상을 남기는 도구로 작용합니다.
브랜드의 시그니처 향을 개발하거나, 공간에 어울리는 향기를 설계하는 것은 단순한 연출을 넘어, 고객의 감정을 사로잡고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 기억을 심어주는 감성적 설계 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감성 마케팅》에서 말하는 향기의 역할
감성 마케팅이라는 개념을 본격적으로 대중화시킨 책, 마크 고베(Marc Gobe)의 『감성 마케팅(Emotional Branding)』에서는 브랜드가 고객과 정서적으로 연결되기 위해 감각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특히 후각이 브랜드 인식에 끼치는 영향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소비자는 브랜드의 향기를 통해 감정적으로 연결되며, 이 연결은 오래 지속되는 기억으로 남는다."
즉, 향기는 단순한 마케팅 수단이 아니라,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일부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로고, 색상, 음향과 함께 향기도 브랜드 경험의 일관성과 감성적 품질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이 책에서는 브랜드가 소비자와 지속적인 감정적 유대를 맺기 위해 ‘오감 마케팅’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향기를 통해 무의식적인 신뢰와 친밀감을 형성하는 것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실제 사례와 함께 보여줍니다.
향기로 기억되는 브랜드들
감성을 자극하는 향기를 전략적으로 활용한 브랜드들은 실제로 고객에게 더욱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습니다. 다음은 대표적인 사례들입니다.
- Abercrombie & Fitch
매장 문을 열자마자 퍼지는 진한 머스크 계열 향은 이 브랜드의 ‘섹시하고 젊은 이미지’를 감각적으로 각인시킵니다. 이 향기는 단순히 공기 중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제품과 쇼핑백에도 살짝 스프레이 되어 있어 집에 돌아가서도 브랜드의 분위기를 떠올리게 만듭니다. - Singapore Airlines
‘Stefan Floridian Waters’라는 자체 개발한 시그니처 향을 기내, 핫타월, 승무원 유니폼 등에 일관되게 사용합니다. 이 향기는 싱가포르 항공만의 고급스럽고 세련된 서비스 감성을 시각이 아닌 후각을 통해 전달합니다. - 교보문고
교보문고는 서점의 시그니처 향인 'The Scent of Page'를 개발하여 매장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 향은 시트러스 향과 초록을 연상케 하는 냄새로, 우드톤 인테리어와 어우러져 지적이고 사색적인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고객은 이 향기를 통해 교보문고에서의 경험을 더욱 편안하게 기억하게 됩니다. - 신라호텔
신라호텔은 영국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몰튼 브라운(Molton Brown)의 '진저 릴리(Gingerlily)' 향을 시그니처 향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향은 호텔의 고급스럽고 세련된 이미지를 강화하며, 투숙객에게 편안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제공합니다. - Starbucks
스타벅스는 인위적인 향을 배제하고 커피 원두 자체의 향이 매장을 채우도록 설계합니다. 이 향기는 브랜드의 정체성인 ‘일상의 여유와 따뜻한 경험’을 가장 자연스럽게 전달합니다. - Krispy Kreme 도넛
크리스피 크림은 따로 향수를 뿌리거나 방향제를 설치하지 않습니다. 대신, 갓 구운 도넛에서 퍼지는 설탕, 바닐라, 이스트 향이 매장 안팎으로 퍼지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특히 ‘HOT NOW’ 네온사인이 켜진 순간, 고객은 매장 앞을 지나다가 즉각적으로 도넛 향에 이끌려 들어오게 됩니다.
이 향기는 크리스피 크림의 상징성과도 연결되어 있으며, 단순한 냄새가 아닌 행복하고 달콤한 경험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감성 마케팅 도구로 작용합니다.
향기 마케팅,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 공간에 감정을 입히는 전략
매장, 호텔, 카페, 병원 등 소비자가 머무는 공간에 어울리는 향기를 배치하면, 체류 시간을 늘리고 고객 경험을 긍정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 브랜드 시그니처 향 만들기
브랜드의 철학, 타깃 고객, 제품 특성 등을 고려해 고유한 향을 개발하면, 브랜드의 감성을 시그널처럼 전달하는 도구가 됩니다. - 고객의 무의식에 ‘향기’로 각인되기
향은 말보다 빠르게 감정에 닿습니다. 브랜드를 떠올릴 때 기분 좋은 기억이 따라오게 만드는 것이 향기 마케팅의 목표입니다.
향기는 의식과 무의식에 작용하는 강력한 감성 언어입니다. 브랜드가 어떤 향기를 가질 것인지는, 곧 그 브랜드가 어떤 감정을 전달하고 싶은지를 결정하는 일과도 같습니다.
이제는 시각을 넘어, 향기로도 브랜드를 디자인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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