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미 바이 유어 네임 (2017) 」은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1980년대 이탈리아의 한적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합니다. 열일곱 살 소년 엘리오가 여름을 보내던 중 아버지의 연구를 돕기 위해 찾아온 미국인 대학원생 올리버를 만나며, 처음으로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은 서서히 물들어 가며, 여름날의 공기처럼 촉촉하고 짙은 잔향을 남깁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성장 로맨스를 넘어, 여름이라는 계절의 감각을 고스란히 담아낸 작품입니다. 강렬한 햇살 아래 따뜻하게 퍼지는 자연의 향기, 바다와 강물이 주는 청량한 기운, 잘 익은 복숭아와 여름 과일의 달콤한 내음, 그리고 해질녘 남겨지는 사랑의 잔향까지, 마치 후각으로 기억되는 첫사랑처럼, 이 영화는 사랑의 감정을 향기로운 여름의 공기 속에 녹여냅니다.
이탈리아 여름, 태양과 자연의 향
영화 속 배경은 이탈리아 북부의 한적한 시골 마을로, 그곳은 온통 녹음이 우거진 정원과 오랜 돌담, 광활한 들판과 과수원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익어가는 과일과 나뭇잎이 내뿜는 푸르른 향기는 여름을 더욱 짙게 만듭니다. 엘리오와 올리버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길 위에서는 흙과 돌이 햇볕에 달궈져 내는 따뜻한 냄새가 풍깁니다. 바람에 실려 오는 올리브 나무와 풀잎의 향, 한낮의 햇살이 스며든 돌담의 냄새는 이곳이 한여름의 공간임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특히 영화 속에서 엘리오가 나무 그늘 아래에서 책을 읽으며 낮잠을 청하는 장면은 마치 시간마저도 더디게 흐르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이 순간 공기 속에는 흙과 나무의 향, 그리고 살갗을 따라 흐르는 땀과 햇빛의 냄새가 뒤섞여 있습니다. 그늘 아래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은 따뜻한 열기를 식혀주며, 풋풋한 풀내음과 꽃향기를 실어 나릅니다. 멀리서 들려오는 벌레 소리와 함께 공기 중에는 갓 수확한 과일의 달콤한 향이 은은하게 퍼지고, 여름날의 정적 속에서 자연이 만들어 내는 향기로운 조화가 영화 속 풍경을 더욱 생동감 있게 채웁니다. 이러한 자연의 향기는 이탈리아 시골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맞물려 영화 속 여름을 더욱 생생하게 느끼게 합니다.
바다와 강가에서 피어나는 물의 향
영화 속에서 물은 중요한 모티프로 등장하며,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더욱 자유롭고 유연하게 만들어 줍니다. 엘리오와 올리버가 함께 수영하는 강가와 바닷가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두 사람의 관계가 무르익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물이 흐르는 강에서는 바위에 부딪혀 퍼지는 신선한 물 내음과 강바닥의 흙내음이 느껴집니다. 바닷가에서는 짠 바람이 불어오고, 햇빛에 데워진 모래와 소금기 어린 피부의 향이 공기 중에 가득합니다.
특히 엘리오가 올리버를 바라보며 물속에 머무는 장면에서는 차가운 물이 몸을 감싸는 감각과 함께 청량한 냄새가 전달됩니다. 젖은 머리칼과 물방울이 맺힌 피부에서는 강물의 시원한 냄새가 피어오르고, 바닷가에서는 태양에 달궈진 나무 데크와 젖은 수건에서 나는 은은한 향기가 감돌고 있습니다. 엘리오와 올리버가 물속에서 장난을 치고 서로를 응시하는 순간, 물의 감촉과 향기는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긴장과 설렘을 더욱 짙게 만듭니다. 또한, 여름날 해변에서 튀기는 물방울과 발끝에 닿는 잔잔한 파도는 마치 두 사람의 감정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는 듯합니다.
영화 후반부, 올리버가 떠난 후 홀로 남은 엘리오가 강가에 앉아 있는 장면에서는 물의 향이 더욱 쓸쓸하게 다가옵니다. 여전히 흐르는 강물과 바람에 실려 오는 짠 내음은 여름날의 잔상을 남기며, 떠나간 사랑과 함께하는 향기의 지속성을 보여줍니다. 물은 중요한 모티프로 등장하며,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더욱 자유롭고 유연하게 만들어 줍니다. 엘리오와 올리버가 함께 수영하는 강가와 바닷가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두 사람의 관계가 무르익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물이 흐르는 강에서는 바위에 부딪혀 퍼지는 신선한 물 내음과 강바닥의 흙내음이 느껴집니다. 바닷가에서는 짠 바람이 불어오고, 햇빛에 데워진 모래와 소금기 어린 피부의 향이 공기 중에 가득합니다.
복숭아와 여름 과일의 달콤한 향
이 영화에서 가장 강렬한 향기를 남기는 요소 중 하나는 바로 복숭아입니다. 복숭아는 단순한 과일이 아니라 엘리오와 올리버의 관계를 상징하는 중요한 매개체로 등장합니다.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탐스럽게 익은 복숭아는 부드러운 살결과 달콤한 과즙을 품고 있으며, 손끝에 닿는 순간부터 짙은 향을 퍼뜨립니다. 엘리오가 복숭아를 손에 들고 바라보는 장면에서는 과육이 부드럽게 눌리며 퍼지는 향이 공기 중을 가득 메우는 듯합니다.
복숭아뿐만 아니라 체리, 살구, 무화과 같은 여름 과일들도 영화 속에서 자주 등장하며, 한여름의 향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듭니다. 특히 복숭아가 중요한 장면에서 사용되면서 그 달콤한 향과 촉감은 단순한 감각적 요소를 넘어선 깊은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엘리오의 방 안에 남겨진 복숭아의 향은 그가 겪은 감정과 기억을 상징하는 듯하며,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감각적 잔향을 남깁니다.
여름 저녁, 사랑과 기억을 품은 향
뜨거운 낮이 지나고 찾아오는 여름 저녁의 공기는 낮과는 또 다른 감성을 자아냅니다. 해가 저물고 나면 한낮의 열기가 서서히 식으며, 공기 중에는 나무와 풀잎이 내뿜는 은은한 향이 감돕니다. 낮 동안 뜨겁게 달궈졌던 돌담과 마룻바닥이 서늘해지며 풍기는 냄새, 멀리서 들려오는 피아노 선율과 함께 스며드는 저녁 공기의 향기는 영화 속 분위기를 더욱 서정적으로 만듭니다.
또한, 엘리오가 홀로 앉아 편지를 읽고, 기억을 되새기는 장면에서는 사랑의 잔향이 묻어납니다. 오래된 책에서 나는 종이 냄새, 연필로 써 내려간 글씨에서 풍기는 잉크의 향, 그리고 어딘가에서 희미하게 남아 있는 올리버의 향수 냄새까지, 이러한 모든 향들이 뒤섞여 그 여름의 기억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 줍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단순한 러브스토리가 아니라 감각의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여름이라는 계절이 가진 다양한 향을 통해 사랑과 그리움을 표현하며, 관객에게 마치 그 순간을 직접 경험하는 듯한 몰입감을 제공합니다. 태양과 자연의 따뜻한 향기, 바다와 강이 주는 청량함, 달콤한 과일의 향기, 그리고 저녁 공기에 스며든 사랑의 기억까지, 이 영화 속의 향기는 영화가 끝난 후에도 우리의 마음속에 머뭅니다. 여름날 한 때를 스쳐갔을 뿐이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풋풋하고 강렬한 첫사랑의 감각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