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를 처음 사용할 때 향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느껴보셨을 것입니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며 나타나는 향의 변화를 '노트(Note)'라고 합니다. 향수의 노트는 크게 탑 노트, 미들 노트(하트 노트), 베이스 노트 세 가지로 나뉘며, 각각의 노트는 향수의 특성과 매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향수의 노트 구조와 향의 변화 이유, 그리고 향수의 농도에 따른 명칭까지 알기 쉽게 설명드리겠습니다.
1. 향수의 기본 구조: 향수 노트(Note)의 개념 이해하기
향수는 서로 다른 여러 가지 향료의 조화로 만들어져 있고, 각 항료가 증발되는 속도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단계적으로 발향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처음 뿌렸을 때부터 향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의 시간이 지나면서 향이 단계적으로 변하는데, 이 단계를 노트라고 표현합니다. 주요 노트로는 탑 노트(Top Note), 미들 노트(Middle Note), 베이스 노트(Base Note)가 있으며 각 노트는 시간 순으로 발현됩니다.
-탑 노트(Top Note): 향수의 첫인상
탑 노트(Top Note)는 향수를 뿌린 직후 가장 먼저 느껴지는 향입니다. 탑 노트는 보통 매우 가볍고 신선하며, 시트러스, 허브, 가벼운 꽃향가처럼 주로 가볍고 휘발성이 강한 향료가 주로 사용됩니다. 시트러스에는 레몬, 자몽, 베르가못이 허브에는 라벤더나 바질, 세이지 등이 가벼운 플로럴 계열에는 미모사나 은방울꽃 등이 사용됩니다. 이 향은 보통 10~30분 사이에 빠르게 사라지며 향수의 첫인상을 결정합니다. 예를 들어 샤넬 No.5의 탑 노트인 네롤리와 베르가못은 상큼한 첫인상을 줍니다.
-미들 노트(Middle Note): 향수의 중심
미들 노트는 탑 노트가 사라진 후 나타나는 향으로, 향수의 핵심적이고 중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하트 노트(Heart Note)라고도 합니다. 미들 노트는 플로럴 계열이나 스파이시한 향료가 많이 사용됩니다. 플로럴 계열에서는 재스민, 일랑일랑, 장미, 작약, 프리지아 같은 우아하고 매력적인 꽃향이 자주 쓰이고, 스파이시 계열에서는 계피, 카다멈, 클로브, 후추와 같은 따뜻하고 매혹적인 향들이 주로 쓰입니다. 지속 시간은 2~4시간 정도이며, 예를 들어 디올 쟈도르 향수의 미들 노트는 재스민과 일랑일랑으로, 부드럽고 우아하며 풍성한 꽃향이라는 쟈도르의 핵심 이미지를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베이스 노트(Base Note): 깊이와 지속성을 담당하는 잔향
베이스 노트(Base Note)는 향수에서 가장 오래 지속되는 향이라 라스트노트라고도 합니다. 향수의 깊이와 지속성을 담당하며, 피부에 오래 남아 은은한 잔향을 형성합니다. 베이스 노트에는 샌달우드와 시더우드 같은 우디 계열의 향료뿐만 아니라 오크모스와 같은 이끼류의 향료, 발삼과 같은 수지 계열의 향료, 그리고 머스크나 앰버와 같은 동물성 향료들이 주로 사용됩니다. 이 노트는 6시간 이상 지속될 수 있으며, 예를 들면 조 말론의 우드 세이지 앤 씨 솔트의 베이스 노트인 앰버는 부드럽고 포근한 잔향을 담당합니다.
드라이다운(Dry-down)이란?
드라이다운은 베이스 노트와 혼동하기 쉬운 개념입니다. 베이스 노트는 향료 자체를 의미하는 반면, 드라이다운은 향수가 피부에 완전히 자리 잡아 최종적으로 남는 잔향을 뜻합니다. 이는 개인의 피부 타입과 체온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2. 왜 향의 변화가 중요할까?
향수의 노트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시간이 흐를수록 향이 계속 변하기 때문입니다. 향수를 처음 맡았을 때 좋은 향이라 하여 섣불리 구매를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처음 느껴지는 탑 노트의 향이 사라진 후, 미들 노트와 베이스 노트의 향이 자신에게 어울리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또한 향은 습도, 온도, 체온, 개인의 체취 등에 따라서도 다르게 변합니다. 습도가 높은 환경에서는 향이 더 진하게 느껴질 수 있고, 기온이 높으면 향이 빨리 날아갑니다. 또한 개인의 체온이 높을수록 향은 더욱 빠르게 발산되며, 같은 향수라도 피부 타입이나 체취에 따라 향의 느낌과 지속성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향수를 구매하기 전에는 반드시 손목, 옷 또는 공기 중에 뿌려 여러 시간 동안 향의 변화를 느껴보고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 향수의 종류와 농도
향수는 향료 원액과 알코올 등을 섞어 만들기 때문에 향료 원액의 농도 즉 부향률에 따라 이름을 다르게 붙이고 있습니다. 퍼퓸, 오 드 퍼퓸, 오 드 뚜왈렛, 오 드 코롱, 샤워코롱 등이 바로 부향률에 따라 붙인 이름입니다. 그럼 각각에 대한 특징을 알아보겠습니다.
-퍼퓸 (Parfum)
향료의 농도가 15~30%인 가장 농도가 짙은 향수를 퍼퓸이라고 합니다. 10~24시간 정도 지속되는 강력한 발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퍼퓸(Parfum)'이라는 용어는 라틴어 'per fumum(연기를 통해)'에서 유래되었으며, 이는 고대에 향을 태워 그 향기를 즐겼던 것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소량만 사용해도 향이 오래 유지되기 때문에 귀 뒤, 손목 등에 소량씩 바릅니다.
-오 드 퍼퓸 (Eau de Parfum, EDP)
향료의 농도가 10~18%로 향은 5~7시간 정도의 지속됩니다. '오(Eau)'는 프랑스어로 물을 의미하며 '오 드 퍼퓸(Eau de Parfum)은 향료를 물이나 알코올에 희석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퍼퓸보다는 가볍지만 충분히 지속력이 좋습니다. 향의 깊이와 지속성이 균형 잡혀 있어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타입의 향수입니다.
-오 드 뚜왈렛 (Eau de Toilette, EDT)
향료의 농도가 5~12%로 지속시간은 3~5시간 정도입니다. 비교적 가볍고 일상적인 사용에 적합한 농도입니다. 발향력이 강하지 않아 사무실이나 실내와 같이 밀폐된 공간에서 사용하기에도 좋습니다.
-오 드 코롱 (Eau de Cologne, EDC)
향료의 농도가 3~7%로 지속시간은 1~3시간 정도입니다. 주로 레몬, 라임, 오렌지 등 상큼한 시트러스 향이 많습니다. 오 드 코롱의 유래는 독일 쾰른(Köln) 지역에서 만들어진 최초의 코롱인 '4711'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코롱'이라는 이름 자체가 프랑스어로 '쾰른의 물(Eau de Cologne)'을 의미하며, 주로 가볍고 청량한 향을 가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지속시간이 짧아 자주 뿌려도 부담 없으며, 기분을 전환하거나 상쾌함을 원할 때 사용하기 좋습니다.
-샤워코롱 (Shower Cologne)
향료의 농도가 1~4%로 가장 가벼우며, 지속시간은 매우 짧아 샤워 후나 운동 후 가볍게 사용하는 리프레시 용도로 적합합니다.